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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부모살해 의문점

이희진 부모살해 의문점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명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 부모가 괴한들에게 살해됐다. 주범 격인 피의자 김모(34)씨가 검거되면서 사건이 실체가 드러나는가 싶더니, 김씨가 돌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이씨의 부모를 죽이지 않았고, 돈을 갈취하기 위해 제압만 했다는 것이다. 살인은 그가 고용한 공범들의 막무가내 소행이라고 했다. 사건 장소인 고인의 자택에서 사라진 5억원도 공범들이 멋대로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범 3명은 중국으로 도주한 상태다.


왜 아버지 시신만 옮겼나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이씨 부모는 지난 16~17일 각각 안양의 자택과 평택의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6일 오후 4시쯤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씨 동생(31)의 신고를 접수하고 오후 6시쯤 안양 자택 옷장에서 이씨의 어머니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CCTV 분석을 통해 이튿날인 17일 오후 3시17분쯤 김씨를 체포했다. 그의 자백에 따라 이날 오후 4시쯤 평택 창고 냉장고 안에 보관된 이씨의 아버지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숨진 부부가 약 3주 전인 지난달 25일 자택에서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는 오후 3시51분 다른 용의자 3명과 함께 이씨 부모의 집에 들어갔다. 이들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부부는 집 안에 없었다. 부부는 약 15분 뒤인 오후 4시6분 자택으로 들어갔다가 살해됐다. 김씨를 제외한 공범 3명은 오후 10시20분쯤 현장을 떠났고, 오후 11시51분 인천발 항공편으로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김씨는 집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6일 오전 이삿짐센터를 이용해 이씨 아버지의 시신만 평택 창고로 운반했다. 시신을 이삿짐으로 위장해 냉장고에 담아 옮겼다. 사건 현장도 정리했다. 경찰은 “현장에 갔을 때 방은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범행 직후인 전날 밤 10시쯤 뒷수습을 도와달라며 지인 2명을 불렀다가 20분쯤 뒤에 돌려보냈다고 진술했다. 범행 현장을 숨길 목적이었다면 왜 이씨 어머니의 시신만 자택에 남겨뒀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들은 누구에게 돈을 투자했나


경찰은 현재까진 김씨와 이희진씨의 아버지 A씨와의 금전 문제가 범행 동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투자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나이 차가 많은 김씨와 A씨 사이의 금전 거래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오히려 또래인 이씨 형제와 김씨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김씨 일행이 이씨의 투자 피해자 중 한 명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아직 이씨와 김씨 사이의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투자한 돈 2000만원 때문에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한 달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공범을 3명이나 고용했고, 동선을 미리 짜고, 해외 도피 경로까지 마련했다.




사라진 현금 5억원… 추가 범행 노렸을 수도


김씨는 범행 과정에서 집에 있던 현금 5억원을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동생이 고가의 차량 ‘부가티’를 판매한 대금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차량을 15억원에 매각한 뒤 부모에게 5억원을 건넸다. 부모는 이 돈을 건네 받고 귀가한 후 변을 당했다. 따라서 김씨가 이씨 부모 집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생 이씨가 수상하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하필 그가 차량을 매각한 날 부모가 살해됐고, 이후 그가 김씨를 만난 정황도 파악됐다. 동생 이씨는 형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지난해 11월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된 상태였다. 부모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것도 그였다.


김씨는 범행 후 동생 이씨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속인 뒤 그에게 접근했고, 부모를 살해한 것에 죄책감을 느껴 사과를 하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교수는 “피의자가 이씨 동생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2000만원을 받으러 갔다가 5억원을 가지고 온 것이) 모르는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우연에 의한 결과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가족이긴 하나 동생도 수사 선상에서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범인들하고 피해자의 자손인 아들과의 관계가 무연고일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해 보인다. 아마 (동생도)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범인과 동생이 공범일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동생의 행적에 의문이 생기고 있으나, 현재까지 경찰은 김씨가 동생 이씨에게 사업을 제안하며 추가 범행을 하려고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근거는 ‘부가티 매매증서’다. 김씨가 5억원이 들어있던 피살자의 가방 속에서 이 증서를 발견한 뒤 10억원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추가 범행을 모의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곧장 도주한 공범들과는 다르게, 김씨는 태연하게 시신과 하루 동안 한 집에 머물렀고, 시신을 유기한 후에도 3주 동안 국내에 남아있었으며, 자신이 살해된 모친인 것처럼 행세하며 동생 이씨에게 메시지를 보낸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숨진 모친 행세를 하며 “아들아,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봐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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